[책마을] "서서 드세요" 고급 프랑스식당의 비용절감 비법

입력 2015-07-23 21:36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김현철 지음 / 다산북스 / 360쪽 / 1만8000원



[ 최종석 기자 ] 일본에서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저성장 기간에 승승장구한 호텔이 있다. 고객이용률 70%, 객실가동률 90%를 기록하며 고객만족도 1위를 지킨 슈퍼호텔이다. 슈퍼호텔은 숙면을 실현하기 위해 철저한 방음과 크고 편안한 침대, 선택 가능한 베개를 제공했다. 천연온천 무료서비스까지 갖추고도 숙박요금은 1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슈퍼호텔은 불황기에 어떻게 이런 서비스와 요금을 실현했을까. 이 호텔은 체크인이 ‘셀프’다. 자동 체크인 기계에 요금을 내면 방번호와 비밀번호를 준다. 방에는 숙면을 위한 설비만 있고 전화기나 판매용 물품은 없다. 체크아웃할 때는 추가 정산이 필요 없어 그냥 호텔을 나가면 된다. 이 호텔은 불필요한 가치사슬을 철저히 제거하는 대신 그 돈으로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철저히 높이는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제조·직매형 의류(SPA·패스트패션)로 유명한 유니클로, 중고책 서점 북오프, 생활밀착형 드러그스토어 마쓰모토 기요시 등도 저성장기 일본에서 성공한 대표적 기업이다.

일본 전문÷?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에서 한국보다 먼저 저성장기를 겪은 일본 기업들의 분투 사례를 보여주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찾는다. 저자는 최악의 경제성장률에 시달리던 일본 경제와 일본 기업들의 대응 방식에 주목하고 한국의 저성장 타개책을 제시한다.

‘나의(Oreno) 레스토랑’은 폭발적 인기를 기반으로 ‘나의 프랑스 요리’ ‘나의 이탈리아 요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일본 대표 식당체인이다. 이 식당은 최고 요리사들이 최고 식자재를 사용해 최고 요리를 제공하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예를 들어 ‘캐비아 병째로’라는 메뉴는 철갑상어 알인 캐비아를 병째로 제공하는 요리인데 가격이 1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식당의 5분의 1 가격으로 제공했다. 이 식당이 이런 가격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식당과 달리 입석제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고객은 예약 없이 들어온 뒤 입석 테이블 주변에 서서 담소하며 식사를 했다. 이런 방식으로 고객 회전율을 높였다. 다른 프랑스 레스토랑이 한 테이블당 1회전할 때 이 식당은 평균 3.5회전을 했다. 더구나 입석 테이블이라 같은 공간에 더 많은 테이블을 놓을 수 있었다. 이렇게 절감한 원가를 고급 식재료에 투자, 최고급 프랑스 요리를 값싸게 제공했다.

성공한 일본 경영자들은 1980년대까지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일본식 경영을 뜯어고쳐 새로운 성장을 모색했다. 도요타는 장인정신과 생산 중심의 사고를 버리고 영업과 주문생산 중심으로 사업을 바꿔 성장을 이어갔다. 반면 닛산은 전통적인 강점인 기술력에 집착하다 경영위기에 처해 르노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

저성장기 소비자들은 가격에 대단히 민감해진다. 가치소비를 위해 제품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지고, 한 번의 소비로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을 사기 위해 선택에 까다로워진다.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지만 싸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제품을 함부로 사지도 않는다. 이에 따라 유통의 흐름이 모든 제품을 모아둔 백화점 방식이나 제조사 대리점 방식에서 제품별로 비교 가능한 ‘카테고리 킬러’라 불리는 전문점으로 넘어갔다. 가전 분야에서는 야마다 전기나 요도바시 카메라, 의류는 유니클로와 시마무라 같은 대형 전문점이 기존 백화점과 양판점의 지위를 잠식했다. 저자는 “저성장 시대에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라며 “고성장기의 추억을 다 버리고 종교를 바꾸는 수준의 변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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